[뉴미디어서비스팀 유선민 부책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NL 코리아의 원작인 미국의 SNL (Staturday Night Live)이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그뿐 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토크 쇼 중 하나인 지미 팰런 쇼도 마찬가지.
넷플릭스의 초대형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와 워너브라더스 맥스를 통해 방영 예정이었던 ‘왕좌의 게임’ 프리퀄 시리즈도 제작이 중단되었다. 지금 다룬 제작 중단된 콘텐츠들은 빙산에 일각이다.
바로, 미국 헐리우드 업계 관계자와 작가들의 조합인 WGA가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단체로 집필 거부에 들어간 것은 2007년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대부분의 파업은 임금을 비롯한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이유가 되나 이번 사태에서 또 다른 주요 쟁점은 바로 ‘AI’다.
현재 헐리우드의 수많은 영화 배급사, 제작사들은 영화의 대본 작성과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 AI 관련 글을 관심 있게 보고 있을 독자라면, 이미 ChatGPT에 대한 위용은 익히 알 것이며, 직접 사용해봤을 것이다. AI가 작가의 창작 활동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대본 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 아트, 환경 등을 AI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제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듯 AI 활용으로 인한 업무 및 임금 축소가 이번 사태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작가들과 현업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수단 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집필 중단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감독과 배우도 동참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미 AI와 인간의 밥그릇 싸움은 시작되었다. ‘AI의 시나리오가 어설펐다면 시위의 쟁점이 될 수 있었을까? 그만큼 AI의 대본 수준이 작가들이 느끼기에 껄끄러운 수준임을 반증하는 대목이 아닐까?’
Last Stand | Sci-Fi Short Film Made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www.youtube.comDisclaimed: None of it is real. It’s just a movie, made mostly with AI, which took care of writing …
올 3월에 공개 된 ‘Last stand’ 라는 약 10분 길이의 단편 영화가 있다. 줄거리 요악하자면 이렇다. (내용 스포가 싫다면 먼저 영상부터 시청하길 바란다)
지구에 등장한 거대 외계 물체. 미국과 러시아는 이 사태에 대해 러시아는 평화적인 자세를. 미국은 적대적인 자세를 취한다. 혼란스러운 지구. 결국 핵전쟁으로 까지 이어지고 인류는 자멸하고 만다. 이어 거대 외계 물체들이 반응을 하며 외계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요약하자면, 외계 생명체는 인간과의 접촉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기 원했지만 지구인들의 협력과 존중이 아닌 욕망으로 인해 자멸한 것에 실망스러움을 토로하며, 본인들은 탐욕과 무지, 부주의 등으로 우주를 오염시키는 문명을 제거하는 우주의 수호자라고 밝힌다. 그리곤 지구에 새로운 문명을 준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지구가 푸르른 숲의 행성으로 회귀한 장면을 끝으로 영화가 마무리 된다.
영화 내용을 곱씹어보자면, 스토리의 전개가 나름 신선하다. 보통의 외계 생명체를 다루는 콘텐츠들은 아래와 같은 공식 아닌 공식을 지니고 있다.
1)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한다.
2) 지구인들은 국가, 인종 모두 화합하여 외계인과 맞선다.
3) 결국 지구인의 승리 즉,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위 공식과는 전혀 다른 전개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하지도 않았고, 혼란스러운 지구는 단합은 커녕 자기들끼리 물어 뜨었으며, 외계생명체는 관찰자, 수호자 역할로 자멸한 지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전개였다. 실제로 더 압도적인 문명이 지구에 출몰 한다면 영화와 같이 외계생명체와의 전쟁을 택하기 보다는 인류가 꼬리를 내리고 관망하고 있는 게 더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전개. 그리고 이 대본을 AI가 작성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단편영화가 종료되면 대본, 영화의 배경과 그래픽의 근간이 되는 컨셉 아트, 영화에 등장하는 목소리를 AI로 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AI가 만든 영화라고 하면 말 그대로, 인간처럼 스스로 말하고 생각하고 창작하는 AI가 손수 발품 팔아 만든 맥락으로 느껴지지만 불편러처럼 굳이 태클을 걸어보자면 필자의 기준으로는 ‘AI기술의 도움을 받아 [인간이 제작]한 영화’로 보인다. 더 불편하게 파고 들자면 AI가 생성한 스토리를 인간이 어느정도 수정 했을지, 찌개에 조미료 한 꼬집 넣듯 AI 0.1% 첨가 된 영상일지, 사실은 제작자 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AI가 만들었다’라는 얘기는 사실 마케팅적인 관점의 워딩에 가깝지 않을까? 태클을 걸어 볼 수 있겠다.
결국 얘기하고 싶은 건 현 시점 AI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AI를 경쟁 대상이 아닌 조력자, 도구로 공략한다면 콘텐츠 제작 활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AI를 배척하고 개인의 그라운드를 지키려는 것이 꼭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작가의 상황에 한정지어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대체가 되어 피해 아닌 피해를 보고 있는 직업도 있지만, 마냥 시대의 트랜드를 역행하고 부정하는 것이 꼭 도움이 되는 상황은 아닐거라는 의견이다. 그러기에는 AI의 발전이 너무나도 거세다.
물론, 헐리우드 사태가 막무가내로 AI에 역행하고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정에 맞는 규정과 합리적인 규제가 없으니 시위는 당연하다. 그저 정해진 규범 내에서 함께 일하자는 것이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 헐리우드에서 발생한 이 사태에 AI 문제가 얼마나 큰 쟁점일지, 처우개선을 위한 이유 수단 일지 알 수 없다. 어쨌던 간에 AI기업이 다른 기업들을 모두 대체하고, AI에 의해 모든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구조는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당장에는 말이다. 천천히 우리가 적응하고 대응 가능하며,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그 시간이 지금일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사회적인 변화는 AI 뿐만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항상 진행되어 왔다.
초거대 AI 모델을 다룰 수 있는 기업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 처럼 몇몇 글로벌 일류 기업들 뿐이다. 그래프에서 보듯 산업 전반적인 분야에 AI가 시도되고 적용되고 있다. AI 기업 자체가 모든 시장을 대체 할 순 없다. 경영, 관리, 제작, 업무 등 AI를 잘 적용해서 사용하는 기업이 그러지 못한 기업을 대체 할 것이고, AI 자체가 아닌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바로, AI Literacy. AI를 잘 읽고 쓰는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AI를 연구 개발하는 인력들이 중심이지만, 머지않아 개발 된 AI 기술들을 실제로 잘 사용하는 능력이 또다른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AI와 직업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이 산업혁명 시기의 ‘러다이트 운동’이다. 기계의 등장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이 바닥을 찍자 이에 화가 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던 운동으로, 기계의 등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세대가 거듭되며 현재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간들은 끝없는 풍요로움 속에서 살고 있다. AI 기반의 4차, 5차 산업 혁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지만 AI 시대로 완벽하게 전환되기 전 과도기는 분명 피하지 못 할 것이다. 이미 시작 단계일지도 모르지만, 하루 빨리 합리적인 규제 안에서 AI를 배척하기 보다는 어떻게 내 삶에, 업무에 잘 써먹는 사람이 될까 궁리하는 편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전문적이지 못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를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