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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연구팀 전동준]
사람들은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있으면 “사진 같은 그림”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실제를 찍은 사진이지만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아름다움을 주는 장면들을 찍은 사진들은 “그림 같은 사진”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과 사진 모두 작품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겠지만, “~ 같은” 형용사가 붙은 작품들을 보면 일원(一元)적으로 좋은 작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었던 “AI 같은”의 의미는 사람과 대비되는 기계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말투도 딱딱한 사람들을 “AI 같은 사람” 이라고 많이 표현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I 들이 나오면서 그런 표현들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진, 그림, 사람, AI 같은 직유 표현들은 근본적으로는 다르지만 유사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붙일 수 있습니다. “사진 / 그림 같은”, “사람 / AI 같은” 는 점점 유사한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들을 반영하면서 나오는 표현들입니다.
인간만의 독창성이 존재할까?
정답을 찾아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AI가 사람보다 잘한다는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느낌인데, 창의성이 필요한 예술 분야는 아직까지 사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위 기사에서는 7개의 AI와 사람이 그린 그림을 비교하여 누가 그린 작품인지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기사 원본 링크에서 7개의 그림을 모두 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AI가 그린 추상화 D 그림을 사람이 그렸다고 답변한 비율이 17% 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배경등을 그린 구상화보다는 사람 그림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낮았지만, 추상적인 그림도 AI 가 “사람같이” 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확하게는 추상적인 데이터를 모사하는 AI라고 볼 수 있지만, 추상이라는 개념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런 특성이 인간만이 가능한 특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망각을 배우는 AI
Facebook AI Research는 지난 5월에 사람의 망각 개념을 도입한 Expire-span 아키텍처를 발표했습니다. (expire-span) 위 그림은 Expire-span의 주요 아이디어를 도식화 한 그림인데, 시간 개념을 도입하여 AI 학습에서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학습시키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망각되는) 데이터를 학습에서 배제하는 개념입니다. 정확하게는 학습 메커니즘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데이터 프로세싱 방법에 가깝다고 생각되고 사람의 망각 과정은 시간 변수 이외에 더욱 많은 것에 영향을 받겠지만, 모든 데이터를 정확하게 학습 시킨다는 개념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특성 중 하나인 망각을 이용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특성을 모사할 수 있는 AI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복잡하고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는 바둑과 복잡한 언어 구조를 이해하는 뇌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점점 사람의 특성을 뺏는 느낌입니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최근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폴더나 디렉토리 구조에 익숙하지 않다고 합니다. (컴퓨터에 파일을 보관하는 방식과 세대 차이)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이 1998년에 창업을 하였는데, 그 이전에는 운영체제에 있는 디렉토리 구조로 파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방법이 익숙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그런 구조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검색 엔진의 발달, SNS같은 최신 앱 환경에서는 검색만 하면 모든 정보들이 나옵니다. 구조화해서 관리하지 않아도 검색 기술의 발달로 방대한 데이터들 속에서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는 식입니다. 핸드폰의 발달은 전화번호 암기의 필요성도 없애서, 최근에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시스템의 변화가 사람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사람의 사고방식이 컴퓨터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그렇다면 사고 하는 방식 자체까지 사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딥러닝 기반의 대부분의 AI들은 데이터로부터 학습하여 새로운 것을 추론합니다. 인간은 많은 데이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논리적인 방법들을 통해서 사고 합니다. 답이 아닌 엉뚱한 것을 결합하고, 최선이 아닌 불합리함이 포함되어 있는 사람의 사고방식도 딥러닝 관점에서 주어지는 조건으로 계산된다면, 사람의 사고방식을 모방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람의 특성이라는 것도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고 방식이라는 추상적인 특성도 기계적인 변화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현재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신경망 구조의 학습법등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창의적이거나 추상적인 능력등이 부족한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더욱 사람을 모방하는 기능등을 이용하지만 아직은 모든 곳에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AGI는 연구가 많이 필요합니다.
AI 같은 사람
사람들은 “사람 같은 AI” 에 대해서 기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느끼는 “사람 같은 AI”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모든 것을 대체하면서 사람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 현장에서의 연구자들은 “사람 같은 AI” 가 우리의 모든 것을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합니다. 현재는 AI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과 유사하지 않은 것들 배제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유사하게 닮은 로봇 등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 같은 것을 보면 현재의 AI에 대한 두려움은 어설프게 사람을 흉내 내는 AI에 대한 비호감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결국 “사람 같은 AI” 가 사람이라는 목적에 도착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사람과 AI가 같은 가치를 가지게 되고, 반대로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까요? 사람이 AI의 방식을 모방하도록 변화할 수도 있을까요? 나중에는 “AI 같은 사람” 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