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지능개발팀 유희조]
문명의 발전은 항상 사람을 더 편하게 만들어왔습니다만, 동시에 사람이 필요했던 업무를 꾸준히 대체해왔습니다. ‘기계가 노동자의 일거리를 줄인다’ 라는 구호와 함께 1800년대 초에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은 그런 대체가 가장 극적으로 일어난 시기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을 받은 사례일 겁니다. 근 10년동안 진행된 AI 발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에 있는 많은 일자리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제각각이지만요.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은 크게 두 가지 의견을 내세웁니다. 1. 업무 형태가 바뀌는 것이지 직업 자체가 사라지는게 아니다. 2. 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며 AI로 인한 변화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부정적인 입장은 1. 중요한 점은 10명, 100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한다는 점이며 어찌됐든 필요한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2. 단순 노무가 더 빠르게 사라질 것이며, 그 결과 전문직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글쎄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솔직히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논쟁중인 부분이고 좀 더 정확히는 둘 다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어느 쪽이 옳은지보다 더 궁금한 점은 부정적 입장 중에 나온 ‘전문직’과 ‘단순 노무’의 경계는 무엇인가 입니다. 과연 어떤 업무가 되면 AI로 대체될 수 없는 걸까요?
위에 나온 러다이트 운동의 시점의 상황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기계가 나오기 전에 상품이라는건 당연히 수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간단한건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졌고, 흔히 말하는 명품 내지는 좋은 퀄리티의 상품은 장인에 의해서 만들어졌죠. 당연하지만 장인들 각각은 장기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증기기관과 기계의 발명, 그리고 공장제 시스템이 구성된 후 고품질의 물건은 더 이상 장인의 몫이 아니라 기계를 거쳐 만들어지게 됐죠. 결국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상품 생산은 장인이 아니라 기계와 공장 노동자의 협업으로 만들어지게 변화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의 생산현장에서 증가하는 로봇과 센서들은 과거 라인에 위치한 팀 하나를 로봇을 운용하는 사람 하나로 대체하는 수준에 왔죠. 장인, 노동자, 로봇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처럼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전문직 또한 나중엔 단순 노무가 되거나 완전히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요?
하나 더 다른 직업, 번역을 예로 들어봅시다. 자연 언어 처리(NLP) 모델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고퀄리티의 기계 번역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구글 번역기에 영어 논문을 넣으면,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의 한국어가 나옵니다. 물론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 현재 기계 번역의 결과물에 어색함을 느끼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한 뒤 사람이 검수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프로세스는 마치 위의 장인과 공장 노동자의 예시와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마치 장인과 같은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가 한 문장씩 노력해서 진행한 번역이, 번역기와 검수자의 협업으로 인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하죠.
그럼, 이런 변화를 만들어간다고도 볼 수 있는 필자가 지금 속한 직업, 인공지능 연구 개발 영역은 어떨까요? 당사자인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영역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PyTorch, TensorFlow 등의 프레임워크의 발달은 연구 개발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 왔죠. 필자는 이제 LSTM cell 구현도 명령어 한 줄로 가능하고, depth-wise convolution 구현을 위해 머리를 싸매가며 Tensor의 차원을 기록하면서 reshape을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프레임워크 외에도 CoPilot, MLOps와 같은 도구는 그 이상의 편의성을 보여줍니다. CoPilot이 작성해주는 코드는 필자가 머리를 싸매고 Stack overflow와 자료구조를 읽으며 고민한 코드와 차이가 없거나 그보다도 훨씬 깔끔합니다. MLOps도 이제 단순히 hyper parameter search 정도를 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Input – output을 올바르게 정의하면 최적의 알고리즘을 추천해주고 있죠. 이 쯤 오면 이제 필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나의 경력은 이미 프레임워크의 발전에 추월당한 것 같은데? 과연 AI로 대체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가 할 수 없는게 있기는 한걸까?’
물론 그렇다고 이 글이 우리의 직업을 지키기위해 21세기판 러다이트를 하자는것은 아닙니다. 이 흐름은 이제 멈출 수 없고, 동시에 이런 방향이 정말 나쁜건가에 대해서도 다른 논쟁의 여지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나의 일은 정말 대체 될 수 없는 일인가? 대체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는 한 건가?‘
Reference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11019102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