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서비스팀 유선민]
“저는 유부남입니다.
마법 같았어요.
저도 모르게 홀렸죠.
그녀와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한 달 만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1년 동안에만 수십 번의 연애를 하고 있죠.”
이게 무슨 망언인가 싶겠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사람이 아닌 ‘AI 서비스’를 대상화했습니다. AI 서비스 중에서도 생성형 이미지&영상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죠. 콘텐츠 제작자로서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해 늘 필연적 고민하게 되는 저는, 해답이 없더라도 여러 상황을 가정 하고, 이유를 찾아 보는 과정을 즐거워합니다. 그게 망상일 지 언정 AI 서비스들과 늘 짧은 만남만을 이어가는 제 경험과 태도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두서없이) 풀어보려고 합니다.
LLM 기반의 대표 서비스 챗GPT나, 생성형 서비스의 대표 미드저니처럼, 이미 포지션이 명확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챗GPT는 작년 기준 적자가 7,000억을 넘어 파산설이 나돌긴 했지만,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하며 1조 7,000억 이상의 매출은 거뜬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입니다. 작년 370억의 매출을 고려하면, 올해는 빠르게 흑자 전환 혹은 대폭 줄어 든 적자 폭을 발표하게 될지 모릅니다. 유료 구독자에 의한 매출 뿐 만 아니라 기업 대상 기술 라이선스 매출도 큰 비중을 차지하죠. 매출원가가 적어 순 매출 비중이 높다고 평가하는 미드저니도 올 2,600억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음, 대단하네요)
사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챗GPT나, 미드저니가 썩 구미가 당기는 제작 소재는 아닙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지금은’ 구미가 당기는 제작 소재가 아니라는 거죠. 이미 콘텐츠 제작자보다 실사용자들이 더 빠르게 잘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고, 콘텐츠 제작 목적이 아닌 실 생활, 업무, 경재 활동에 활용됩니다. 더 이상 사용법이라던지, 활용처를 소개하는 건 무의미하죠. 하지만 제작 ‘도구’로의 쓰임새는 분명하죠. 이제 챗GPT와 미드저니 같은 서비스는 콘텐츠 소재로는 크게 뽑아 먹을 게 없습니다. 초기 서비스에 대한 흥미와 트래픽이 모두 떨어졌죠.
그래서 콘텐츠 제작자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 처럼, 또 다시 흥미를 느낄 만한 AI 서비스들을 찾아 나섭니다. 보통의 제작자는 본인이 흥미를 느껴야 콘텐츠를 제작할 의지라는 게 생깁니다. 기획이며, 제작이며 본인이 잘하는 장르, 본인이 흥미 있어 하는 컨셉이 최종 결과물에 투영되며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죠. 본인이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느껴야 시청자를 재미로, 혹은 정보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꽤나 높은 흥미를 자극합니다. 처음 접하면 그 기술 자체가 마법같이 느껴지죠. Fastspeech 음성 합성 모델을 활용한 다감정 TTS. Demucs를 통한 음원 트랙 분리. Blind Super-Resolution 학습 방법을 통해 열화 된 이미지나 영상을 고화질로 바꿔주는 기술. 보이스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whisper 등. 지금은 ‘이게 AI 기술 이였어?’ 싶을 정도로 일상에서 쉽게 접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그 당시에 저에게는 큰 임팩트를 줬었죠. (진짜 신세계였죠.)
요즘의 AI 서비스는 더 나아가, 영상 속 춤추는 인물 위 그대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생성 된다거나(Wonder Studio), 2D 인물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는 3D 영상이 된다거나(D-ID), 프롬프트만 입력했는데 영상을 만들어 주는(Kaiber.ai) 한층 더 고-오급진 AI 서비스들이 즐비합니다.
다수의 AI 서비스들이 콘텐츠 창작자를 타겟팅 하는 것처럼 저 역시 신나서 서비스 구독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월 별 라이선스를 제공하거나, 결과물 생성 가능한 일정 수량의 크래딧을 지급하는 BM구조를 채택하고 있죠. 한 달에 몇 천원, 비싸야 2~3만원의 비용은, 이미 마법이라 믿는 AI 서비스를 사용 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심비있는 소비로 작용합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유저들이 재미있어 하겠지? 벅찬 가슴에 지갑이 자동으로 열립니다.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어요.
마법 같았거든요.
나도 모르게 홀렸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와 한 달 만에 헤어졌어요.
1년 동안 수십번의 연애를 했죠.”
하지만 AI 서비스에 금방 흥미를 잃습니다. 이 대목에서 ‘지속성’ 이라는 키워드가 번뜩입니다. 흥미를 통한 유입은 서비스, 마케팅 관점에 있어 주요 포인트나, 더 나은 서비스를 넘어 수익을 가져다줄 서비스는 ‘지속성’이 주요 척도가 되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서비스의 목숨을 연명하는 것 또한, 지속적 사용으로 인한 수익 창출이겠죠.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였지만, AI 서비스에서는 특히나 까다로운 키워드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내가 AI 서비스에 어떤 마음 가짐으로 접근했고, 이별하게 된 이유를 떠올려 봅니다. AI 기술을 통한 서비스는 기존에 없던 유저 경험을 줍니다. INPUT과 간단한 조작으로 전혀 상상 못했던 결과물을 생성해내죠. 마법! 흥미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흥미가 지속되어 재미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굳이 나누자면, ‘흥미’는 호기심, 또는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순간의 감정이라 생각합니다. ‘재미’는 실질적으로 ‘재미있겠다’를 넘어 ‘재미있다’ 라는, 경험을 통해 명확하게 느끼는 지속의 감정 상태라 생각하는데요. 이런 재미의 상태가 유지돼야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합니다. 흥미를 더해 필요성을 가지고 서비스에 유입 된 콘텐츠 제작자도 이리도 이탈이 쉬운데, AI 서비스가 대다수의 일반 유저에게 지속적인 사용 니즈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마법 같았어요.
저도 모르게 홀렸죠.
그녀와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한 달 만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1년 동안에만 수십 번의 연애를 하고 있죠.”
콘텐츠 제작자는 생각합니다. 왜 이리도 빠른 이별이어야 했을까? 콘텐츠 트래픽이 미비했기 때문이죠. 트래픽이 잘 나왔더라면 흥미와 재미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필요성이 명확하기에 AI 서비스를 지속 이용했을 거예요.그러면 왜 트래픽이 미비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말 우리가 알 수 없는 신의 영역 알고리즘부터,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트래픽 니즈 자체가 적을 수 있고, 기획에 문제가 있을 수 있죠.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콘텐츠 제작자는 서비스 관점에서 ‘퀄리티’라는 이유를 떠올려봅니다.
요즘의 AI 서비스는 콘텐츠 제작의 도구로 활용되는 형태보다, 최종 결과물을 생성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콘텐츠 제작자. 인간은 결과물의 퀄리티를 위해 비용과 시간 투입을 아끼지 않습니다.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도 하죠. 물론 현재의 AI 서비스도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합니다. 실제 인력이 투입되는 것보다 저 비용으로 활용 가능하고 생산성, 효율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들이 원하는 건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이라는 판단입니다. 더 좋은 걸 얻기 위해 더 한 비용을 태우는 인간들에게 요즘의 AI 서비스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생산성과 비용/시간 효율은 증대되지만 퀄리티가 민망하고, 애석한 서비스가 아닌 ‘도구’로의 역할을 하는 서비스.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는 콘텐츠 제작자에 의해 결정되고, 생산성과 비용/시간 효율이라는 장점을 가져 다 준다면? 내 콘텐츠 제작 활동을 도구로써 도와주는 서비스가 현재 더 현실적이다는 생각입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말합니다.
‘우리 서비스 사용하세요. 죽여줍니다’
콘텐츠 제작자는 이렇게 말해봅니다.
‘죽여주는 거 알아요.
저에게 대신 만들어주는 건 의미가 없어요.
소개 영상 콘텐츠로만, 단순 유저 경험으로 쓰여지기 위해 땀 흘린 서비스는 아닐 거 잖아요.
서비스를 애정하는 만큼, 저도 제 콘텐츠를 애정합니다’
편협한 생각 일 수 있지만 차라리 내 창작을 도와주는 도구가 보다 절실합니다.
콘텐츠 제작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에서 사용되는 AI 서비스를 보면, 흥미 위주보다
- PPT 제작 – Slides AI
- Music 생성 – Soundraw
- Code 생성 – Replit
- 이미지, 비디오 편집 지원 – Remini, Pictory
뚝딱 생성해주는 마법 같은 AI 서비스는 아니지만, 보다 실용적인 AI 서비스가 지속 사용가치가 높아 보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1개 월 이상 사용하고 있는 AI 서비스가 존재 하는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