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AI 서비스팀 김상우] AI 기술 등에 대한 칼럼을 다루는 이 페이지에, 이런 덕후스러운 썸네일을 올리게 된 점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저를 매우 설레게 합니다.
인터넷 방송, 좋아하시나요? 저는 콘텐츠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 채널의 PD로서, 서론으로 인터넷 방송 이야기를 먼저 꺼낼까 합니다.
2020년 전후를 기점으로, 수많은 크리에이터의 흑역사 클립을 양산해 낸 ‘애교 대사 모음집’을 아시나요?
유저들이 대동단결하여 대본을 쓰고 모아, 집단 지성에 의해 쌓여 온 대사들이 트게더 등지에서 자주 발견되었던 것도 엊그제 같습니다. 이제는 트게더가 폐쇄됨으로써,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죠.
그리고 24년 현재. 한창 애교 붐이 일던 시절에 비해서는 힘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요? 애교 밈이 소소하게, 다시금 불을 지핀 사건(?)이 있었습니다.
허나 그것은 악랄한 분량의 애교 대본도, 폐쇄된 트게더가 돌아와서도 아닌, 한 편의 ‘게임’ 이었습니다. 그것도 AI 기술이 끼얹어진.
렐루게임즈가 만들어 낸, 세상에 없던 참신한 컨셉의 게임. 그 이름도 한 번에 읽기 힘든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입니다.
우리들은 수많은 AI 그림을 구경해 본 경험에 의해, 대략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분명 AI가 만들었다.’ 라는 것을요. 세일러 교복을 입고, 비어 있는 머리를 옆머리로 대충 넘긴 ‘바코드 헤어’의 중년 남성의 일러스트를 보고, 라이브 방송 중 실소하지 않은 스트리머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4~5년 전, 잠시 잊힐 뻔했던 ‘애교’ 라는 밈은, 2024년에 들어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본작 안에 적용된 음성 인식 AI 기술 덕이죠.
덕분에 수많은 후배 스트리머들은 ‘괴랄한 대본을 NG 없이 귀엽고 깜찍하게 읽어내야만 했던 선배 스트리머들’의 직업적 고충(?)에 대해 진실된 공감을 가질 수 있었지요.
공교롭게도 이 개발사는 비슷한 시기에 형제작을 내놓습니다. 분위기가 흑백 수준으로 상반된 작품이죠.
생성형 AI를 ‘추리’라는 장르로 적용시킨 게임, 동 개발사의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입니다.
GPT-4o를 사용했다 알려진 이 게임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AI 전문 탐정인 주인공이 살인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용의자를 탐문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주로 추리 게임이라 하면 저는 가장 먼저 ‘역전재판 시리즈’나,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주로 이런 추리 게임은 정해진 시나리오 내에서 ‘선택지’를 통해 분기점을 결정하는 형태인데요.
이 게임은 선택지 방식이 아닌, ‘채팅’으로,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용의자를 심문하는 형태입니다. 기존에 보여왔던 추리 게임의 기믹이 ‘선택지’로서 기반해왔다면, 사실상 ‘채팅’을 통해 용의자와 ‘직접 대화를 나눔으로서’ 자유도를 확장한 것이죠.
하나의 개발사에서 나온 형제 작품(?)이라는 점은 나름의 반전 요소이겠지만, 사실 이 글의 본론은 위 게임들을 ‘소개’하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이미 다양한 게임사에서 AI를 적용한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죠.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은, 지난 4월 스팀 내에 생성형 AI로 제작한 게임의 유통을 허락했고, 지금까지 약 1천개가 넘는 게임들이 이미지, 음악, 보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 스마일게이트 AI센터 역시, 게임이나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런칭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유니티 수석 부사장인 ‘마크 휘튼’은, “생성형 AI가 게임산업의 생산성을 최대 100배 가까이 높이며, 이용자가 더 게임에 몰입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게임 엔진을 만드는 언리얼이나 유니티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하지요.
이렇게 높아지는 생산성은, 1인 개발 게임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스팀 전체 매출 2위라는 기염을 토한 매너 로드는, ‘1인 개발 게임’인 동시에, ‘비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라고 합니다. 영상 편집 프리랜서로 일하던 이 게임 제작자는, 독학으로 개발을 공부하고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이 게임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AI를 통해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유저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례’도 상상해볼 수 있는데요.
G-STAR 등지에서 소개된 바 있는, 위 두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의 모태가 되는 ‘크래프톤’이 개발중인 ‘인조이’ 라는 게임 역시, 가구나 옷의 텍스처 등에 다양한 생성형 AI 기술을 투입하고 있다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이 직접 공개되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유저가 직접 텍스처를 제작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욱 다양한 감각의 스킨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다양한 AI 기술의 투입으로 인해, 언젠가는 ‘게임의 틀은 게임사가 만들지만, 콘텐츠는 AI와 그것을 다루는 유저가 만든다.’ 는 미래도 상상해 봅니다. 게임사에 재직 중이지만 게임제작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단순 유저인 저는, 지금의 흐름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이미 제공되어 있는 ‘선택지’를 선택해서 즐기는 게임이 아닌, ‘AI 기술들을 활용하여 게임을 더욱 자유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바람을 가져 봅니다.
AI 기술을 삼켜가며 진화하는 게임의 발전으로, 이제 우리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출시가 머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가 ‘키리토’가 되어 장사꾼 NPC에게 ‘깎아줘’를 시전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솔로인 게이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AI 여자친구가 생길 수 있음을…
(눈물을 흘리며 글을 끝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