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연구팀 최현우]
여러분은 감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예전부터 희로애락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감정 연구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셨던 분이라면 Paul Ekman의 6가지 기본 감정 – 기쁨, 슬픔 분노, 공포, 혐오, 놀람 이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기쁜 일, 슬픈 일, 괴로운 일 등을 겪게 되는데요, 이러한 경험에서 유발되는 감정은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흐름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기본 감정에 대한 여정
사람들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정의하고자 한 것이 지난 수십년 간의 ‘기본 감정’ 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AI 연구에 있어서도,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생성되고 처리되는 지를 이해해야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기본 감정은 AI가 감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레이블링 하는 데에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AI 연구자들은 그동안 기본 감정에 대한 연구들을 많이 참조해왔습니다
- 가장 보편적이라고 생각되는 Ekman의 6가지 감정을 사용하거나
- 감정의 변화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감정을 조합할 수 있는 Plutchik의 Wheel of Emotion 모델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표현은 아직도 명확하게 정의가 되지 않은 애매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감정은 직접 관측이 되는 대상도 아니고, 주관적일 뿐더러, 문화와 언어의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편적인 감정을 찾으려는 여정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기본 감정에 대한 도전
최초에 6가지 감정만 제시했던 Ekman의 경우만 보더라도, 1992년에는 6개의 새로운 감정을 기본 감정 목록에 추가하였고, 2011년에 또 다시 9개의 새로운 감정을 기본 감정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제안했던 감정들 중 일부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는데요.
감성의 발생 상황에 따라 유형을 정의하는 OCC Model의 창시자 중 한 명인 Ortony는 오래전부터 기본 감정 이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최근 “Are All “Basic Emotion” Emotions?” paper에서 그는 기존의 기본 감정에 대한 여러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우선 ‘감정’이라는 것이 아래와 같은 3가지 최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감정은 의도적인 상태: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 명확하게 존재
- 감정은 긍정적/부정적인 상태: 자신에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험과 상황만이 감정을 유발할 수 있음
- 감정은 의식적인 상태일 것: 스스로가 해당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함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기본적인 감정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놀람’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감정에 속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물고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기에 놀랄 수는 있지만 특별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놀람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기본 감정 연구에서 논의되었던 다양한 감정들이 실제로는 ‘감정’이라는 개념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 courage, confusion, subjection, interest, desire, seeking, lust, care, play 등
이는 ‘기본 감정’ 연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강도 높은 발언이기에, 앞으로도 매우 치열한 논쟁이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그리고 감정
AI 연구자 입장에서, AI에 감정을 입히기 위해서 누군가가 잘 정의해준 감정 표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순수 ‘감정 연구자’ 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사용자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감정 변화를 추적하고 인간적인 반응을 주고받는 AI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도 ‘감정’ 이라는 걸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
[Reference]
Ortony A. Are All “Basic Emotions” Emotions? A Problem for the (Basic) Emotions Construc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July 2021. doi:10.1177/1745691620985415